PRESS


[시사인]우리는 회사에 출근하는 백수다

관리자
2020-11-24
조회수 1051


[시사인]우리는 회사에 출근하는 백수다

가짜 회사인 니트컴퍼니는 월급이 없다. 대신 출퇴근 압박, 명함, 월차 등 회사에서 주는 모든 것이 있다.

백수도 소속감을 가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데서 착안한 회사다.


ⓒ시사IN 조남진10월5일 월요 주간회의를 하고 있는 니트컴퍼니 사원들. 돌쇠, 예이, 아퐁, 지니, 쿵짝, 다지, 마(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0월5일 오전 9시50분, 아퐁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출퇴근 기록기에 카드를 넣어 출근을 확인했다. 이어서 돌쇠, 지니, 다지, 쿵짝, 예이, 마가 들어왔다(이들은 수평관계를 지향하며 서로 별칭을 부른다).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에는 7명이 함께 일한다. 추석 연휴 이후 닷새 만에 만난 까닭에 그간 등산을 했느니, 윷놀이를 했느니, 머리를 했느니 하는 근황을 주고받았다. 자주 ‘꺄르르’ 웃음이 터졌다. 오전 10시30분, 월요 주간회의가 시작되었다. 돌아가며 지난주에 한 일과 이번 주에 할 일을 발제했다. 돌쇠가 말했다. “지난주에는 정말 중요한 일이 있었어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정주행’했거든요. 꺄. 진짜 재밌어요!” ‘꺄르르’ 웃음과 업무를 조정하는 진지한 목소리가 자주 교차했다. 통상 회사에서 있을 법한 모습이다.

하지만 니트컴퍼니는 가짜 회사다. 일종의 ‘회사 놀이’다. 월급이 없다. 대신 회사에서 주는 모든 것이 있다. 사무실과 ‘출퇴근 압박’, 소속감, 명함, ‘회사카드’로 먹는 밥과 커피가 있다. 무엇보다 함께할 동료가 있다. 이들은 무업(無業) 상태다. 지니는 “저는 주로 회사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봅니다”라고 말하고 웃었다.

쿵짝(박은미)은 백수들이 소속감을 갖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난 6월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을 ‘설립’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받아 운영비를 마련했다. 사무실은 코로나19 여파로 빈 게스트하우스를 저렴하게 빌렸다. 작은 방과 거실이 딸린 15평짜리 공간에 월 50만원을 낸다. 자칭 ‘사원’인 이들은 사회공헌팀, 디자인팀, 홍보팀, 회계팀, 대외협력팀 소속으로 나뉜다. 월차는 1개월에 한 번만 쓸 수 있고, 매일 업무일지를 쓴다.

니트컴퍼니의 광고 문구는 ‘월급은 없지만 동료가 있잖아’이다. ‘출퇴근에 강제성이 없는데, 잘 될까?’ 서울역점을 낼 때 공동대표 다지(전성신)의 걱정이었다. 그는 “회사 가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월요일이라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하지만 의외였어요. 결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다들 책임감이 있고 그것을 보여주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중략)


기사원문보기

0

격주 수요일, 21C 백수살이의 모든것(약간 과장) 니트레터에서 만나보세요.

구독

회원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SNS

상호명 :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표자 : 박은미 I 고유번호 : 427-82-00365
이메일 : admin@neetpeople.kr   Tel : 02-318-1015   Fax : 0504-322-3937 

주소 : 서울시 중구 다동길 5 1003호
ⓒ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니트생활자의 홈페이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과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