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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내 인생은 틀린 게 아니다”

관리자
2020-10-24
조회수 881


[경향신문]“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내 인생은 틀린 게 아니다”  


“혹시 백수가 돼 돌아오면, 그분들 다시 여기 입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버티는 게 목표”  

‘니트컴퍼니’ 대표 박은미·전성신, 우린 백수가 아니라 ‘생활자’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에서 직원들이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전성신·박은미씨가 운영하는 니트컴퍼니는 백수들이 다니는 ‘가짜 회사’다. 박은미씨 제공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에서 직원들이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전성신·박은미씨가 운영하는 니트컴퍼니는 백수들이 다니는 ‘가짜 회사’다. 박은미씨 제공


‘뭐라도 되겠지’ 우리는 백수 대표입니다

백수들이 다니는 가상의 회사 운영
‘멈춤 = 뒤처짐’이라 여기는 청년들
고립되지 않게 소속감·성취감 부여
일의 공백기 때 사회가 안정감 줘야

박은미씨와 전성신씨는 ‘멈춤이 곧 뒤처짐’이라 생각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일을 한다. 정확히 설명하면 백수들이 다니는 가상의 회사 ‘니트컴퍼니’를 운영한다. “월급 빼곤 다 줄 수 있어요.” 지난 14일 종로구 혜화동에서 만난 박씨와 전씨가 웃으며 말했다. 니트컴퍼니는 무업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이 기간을 전환의 시간으로 보내도록 돕는 걸 목표로 한다. 사훈은 ‘뭐라도 되겠지’다. 니트컴퍼니에 입사하면 자유롭게 소속부서와 직함을 정할 수 있고, 명함·명찰 목걸이도 지급받게 된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은 사무실을 얻어 ‘서울역점’을 운영했고, 현재는 온라인점을 운영하며 90여명의 ‘직원’을 관리 중이다.

니트컴퍼니의 시작은 2019년 1월 박씨가 만든 블로그 ‘니트생활자’였다. 박씨 역시 6번째 퇴사를 하고 막 백수가 된 참이었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다닌 회사 동료였던 전씨도 8개월 뒤 퇴사해 니트생활자에 합류했다.

박씨는 니트생활자란 이름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제 상태를 따져보니 그냥 백수보다는 니트(NEET·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가 더 맞아요. 근데 사전적 뜻만 보면 일하기 싫어하고, 의욕도 없고 부정적이기만 했어요.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일 뿐 의욕은 많은데…. 오해다 싶었죠. 니트인 한편 일상을 즐겁게 열심히 살고 싶은 사람이란 의미로 ‘생활자’를 덧붙여 이름을 지었어요.”

한 달에 1~2회 한양도성 걷기, 미술관 관람, 북한산 등반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백수 모임’을 가졌다. 참가자가 늘고 참여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 3월 니트컴퍼니 온라인점이 문을 열었다. 오픈 채팅방에 모인 100인은 출퇴근을 알리고, 100일간 매일 자기 업무를 인증했다. 계단 오르기, 이불 개기, 필사하기, 만보걷기 등 업무는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칫솔 치약짜기를 업무로 정했다. 어떤 업무든 목표한 바를 수행하고 인증하면 격려와 칭찬의 말이 뒤따랐다. 박씨와 전씨는 채팅방을 관리하며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의 안부를 챙겼다. 온·오프라인 통틀어 지금까지 약 300명의 백수 청년들이 니트컴퍼니를 거쳐갔다.

청년들이 니트컴퍼니에서 얻는 건 성취감과 소속감이다. 박씨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백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돈 다음에 고립과 외로움이었다”고 말했다. “소외감을 느끼면 더 밖으로 안 나오고 악순환이 이어져요. 낮과 밤이 바뀌어서 몸도 망가지고, 아등바등하다 어쩌다 취업하더라도 열악한 처우에 퇴사를 반복하게 된 사례도 많이 봤고요.” 서울역점은 채용공고를 통해 지원서를 받았고, 고립 위험도가 높아 보이는 순으로 6명을 선발했다. 전씨는 “적어도 여기선 위아래가 없고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며 “너 백수? 나도 백수!” 하면서 서로 위로를 받았다. 비록 가상이지만 소속과 이름이 쓰인 명함 한 장이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다. “하루는 은행에 다녀온 참가자가 명함을 써봤다며 좋아하는 거예요. 사실 백수 신분으로 은행에 가면 위축되거든요. 명찰 목걸이를 하고 갔는데 은행원이 ‘근처에서 일하시나 봐요?’라고 물어보는 그 한마디가 너무 좋았대요. 사실 이런 명함이 없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 소속감을 느끼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요. 이런 경험도 너무 소중한 거죠.”

오랜 기간 니트 청년들을 지켜본 이들은 “무업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코로나19 확산과 니트컴퍼니 운영 기간이 겹치면서, 누구나 무업 기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희를 찾는 분들이 늘어난 데는 사회 변화도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상황이 이런데 무조건 백수는 사회문제, 놀고먹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직장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고요. 무조건 취업해라, 돈 벌라고 말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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