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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뭣도 아닌 일상에서 뭐라도 되는 일상으로

관리자
2023-04-12
조회수 593


[아르떼] 뭣도 아닌 일상에서 뭐라도 되는 일상으로

니트생활자가 추구하는 느슨한 관계망의 힘 

박유미_미술작가·효창서담 운영자


니트(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는 무직 상태이면서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학교도 다니고 있지 않은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15~34세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므로, 경제인구로 진입할 나이임에도 비경제인구로 남아있는 청년들을 겨냥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청년 백수다. 니트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참 한결같다. 늘어진 츄리닝을 입고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는 낙오자, 집안의 골칫거리,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적 존재. 그들은 연민의 대상으로 여겨지거나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씹히기 일쑤다. 그러나 여기, 누가 뭐래도 니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굳게 믿는 단체가 있다. 니트를 발견하고 니트를 불러 모으고 니트를 연결하는 사람들, ‘니트생활자’다.

어디를 둘러봐도 직장인들로 가득한 종로의 한 빌딩, 로비에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회사 명패들 사이에 버젓이 ‘니트생활자’의 패널이 걸려있다. 직장인 천지인 이곳에 청년 백수들의 플랫폼이라니, 그 오묘한 부조화가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사단법인 ‘니트생활자’의 박은미 대표(쿵짝), 전성신 대표(다지), 임자현 팀장(우장창)을 만나 니트와 만나고 니트와 놀고 니트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과정

올해로 만 3년 차에 접어드는 ‘니트생활자’는 무업 상태의 청년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그들은 무업 상태인 청년들이 직면하게 되는 공통의 어려움을 문제 삼는다. 백수들은 매일 아침, 갈 곳이 없다. 해야 할 일도 마땅찮다. 일과를 수행하기 위한 의무가 흐릿해지면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성취감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소속이 곧 정체성인 시대이니 소속 없는 백수들은 어디를 가도 위축된다. 그들을 게으른 사람, 무능한 사람으로 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도 한몫한다. 백수들은 자연히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려워지고 어려워진다. 니트생활자는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는 니트의 현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니트 청년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긍정하고 당당히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니트생활자의 대표 프로젝트인 ‘니트컴퍼니’는 백수들의 가상 회사 놀이 서비스다. 한 시즌은 100일 동안 진행되며 무업 상태인 청년 100명이 입사한다. 니트컴퍼니에 입사한 백수 사원들은 온라인 메신저로 소통하며 매일 9 to 6의 루틴을 공유한다. 채팅방을 통해 출퇴근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 보고와 주간 회의도 진행한다. 업무는 스스로 정한다. 그런데 매일 꾸준히 할 일을 자유롭게 정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늘 정해진 일과 속에서 주어진 일만 하다가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하려니 낯설기만 하다. 처음에는 영어 공부나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사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점차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의 비중은 줄어들고 오롯이 재미있는 일, 해보고 싶었던 일, 그리고 지금 당장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놀이처럼, 취미처럼 시작한 일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우도 생겼다.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개인 업무로 매일 매듭을 만들었던 사원은 동료들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제작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직접 만든 매듭을 판매하기도 했다. 100일 동안 꾸준히 모은 글과 그림으로 책을 내는 사원도 있었고, 자신의 디자인으로 이모티콘을 만든 사원도 있었다. 다양한 사내 동아리들도 생겼다. 모두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고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자 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주도적으로 일상을 운영하는 힘을 기르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해 나갔다. 그리고 느슨한 관계망 속에서 이를 실험하고 확장했다.

“니트컴퍼니가 결국 언젠가 다니게 될 회사에 잘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반대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재사회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대체로 시키는 대로 사는 데 익숙해요. 초, 중,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 졸업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일과도 똑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나 직장에 가고, 정해진 공부와 업무를 정해진 시간만큼 하죠. 그러니 백수가 되면 ‘오늘 하루 뭘 해야 하지?’ 이게 가장 어렵고 힘들어요. 나만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도 쌓이고요. 니트컴퍼니는 나와 똑같은 상황의 동료들과 매일매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 박은미(쿵짝)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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